2015.10.26 21:19

어린 상주 이야기

조회 수 440 추천 수 0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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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토요일이었습니다. 저녁 먹을 즈음에 가족끼리 한가롭게 티비를 보던 와중에 단톡 알림이 울렸습니다. 무심코 톡을 봤는데... 한 친구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며 장례식장으로 와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전 이게 장난인 줄 알았어요. 이 친구가 장난을 잘 쳤거든요. 물론 아버지를 걸고 장난을 칠 거라는 생각을 한 제가 바보였죠.

 

아홉시 넘어서 도착했는데, 친구는 상주가 되어있었습니다. 눈가에는 눈물이 아직 덜 말랐고, 목소리는 약간 울먹였죠. 친구 어머니와 두 여동생은 울고 있었습니다. 참 황망하더라고요. 사인을 물어보니 급성 심근경색이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멍하니 있었는데, 복도 쪽에서 통곡하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친구의 할아버지였습니다. 영정사진 보고는 그냥 쓰러지셨어요. 본인보다 아들이 먼저 죽었으니 오죽했을까요. 저도 눈물이 나더라고요.

 

만나기로 했던 애들은 아홉시 반이 넘어서 도착했습니다. 애들도 상당히 착잡해했죠. 무엇보다도 친구 미래가 걱정이었습니다. 애들이 늙은 사람 마냥 한숨만 셔댔죠. 전 담배있으면 피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열시 넘어서야 밥을 먹었는데, 그냥 아무 맛도 못 느끼고 먹었습니다. 별로 먹고 싶지도 않았거든요.

 

대전에서 올라오기로 한 애는 열두시가 되서야 도착했습니다. 애들끼리 모여서 절을 하는데, 참 어색하더라고요. 저는 할머니 장례식 말고는 장례식에 참석한 적이 없었고, 아예 장례식을 경험하지 못한 애도 있었죠. 상주와 맞절을 하고나니 눈물이 나려고 하더라고요. 친구들은 힘내라고 말 한마디씩 해줬습니다. 그러고는 집에 왔습니다. 집으로 가면서도 착잡한 마음이 풀리지 않았습니다.

 

발인은 오늘했습니다. 발인에 참석하지 못해서 전화를 걸었습니다. 목소리가 많이 나아졌더라고요. 저는 미안하다, 애썻다는 말 밖에 해줄 말이 없더라고요. 친구는 연신 고맙다는 말만 했고요. 참... 그 기분이 말로 다 할 수 없습니다. 지금도 슬픕니다. 친구가 너무 이른 나이에 이런 고통을 겪는다는 게 그저 안타깝네요.

 

그나저나 이런 일을 겪으며 괜히 아버지를 걱정하게 되더라고요. 아버지가 부정맥을 앓고 계시거든요. 앞으로 조심해야겠다, 잘 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딱히 변한 게 없습니다. 참 저란 사람 어지간합니다.

  • profile
    [군대간]무식한공병 2015.10.26 21:28
    저도 지난 주에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찾아가봤는데...
    친구는 진정됬는지 의연했고 친구 형님이 진정이 덜 되셔서 마음이 저도 복잡하더군요.
  • ?
    봄날 2015.10.26 21:46
    요즘 날씨가 차서 그런지 많이 돌아가시네요. 제 친구도 꽤 의연하게 장례를 마쳐서 왠지 더 짠하더라고요.
  • ?
    SHKang 2015.10.26 21:31
    고등학교 다닐 때 과외선생님 중 한 분의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었죠. 그때 저희 어머니께 왔던 그 문자 하나만 봐도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다음 수업때 차마 그 이야기는 꺼내지 못했지만...
  • ?
    paro1923 2015.10.26 21:47
    대학 교수님이 돌아가셨을 때가 생각나네요. 불과 2주 전에 동문회에서 뵀는데, 그 직후 병세가 악화되셨다더군요. 참 사람 목숨이란 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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