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동생에게 말했습니다.
“요즘 들어 짜증이 심해졌어.”
그러자 여동생 왈.
“아니. 오빠는 언제나 짜증, 우울, 무기력에 빠져 있잖아.”
그런 건가.
2. 며칠 전에 한 고등학교 친구에게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너는 내가 지켜보면서 느낀 건데, 노력을 너무 안 하는 것 같아.”
대놓고 뭐라 할수도 없어서 그냥 어 그래 하고 잠자코 듣고 있었는데 상당히 억울하더군요.
사랑과 헌신으로 넘치는 교회와 부모님의 품 안에서 자란 니가 뭘 알겠냐, 라고 태클을 걸어보고 싶지만,
사실 저 친구도 알만한 건 다 알거고 제가 노력을 안하니 뭐니 한 말도, 사실 이야기 하면서 분위기 타다 헛소리한 걸겁니다.
개인적으로 또래들에 비해 열심히 살았으면 살았지 게으르게 살지는 않았다고 생각해요.
중학교 때 다들 게임하고 놀 때 혼자 이것저것 하면서 가족 생활비 절반 벌고,
그 친구 다니는 대학 경영학과 들어갈 성적으로 등록금 덜 나오는 지방 국립대 철학과라도 들어갔고,
취업 안 될까봐 지금 부전공까지 하는데...
3. 그나저나 며칠 전에 부모님의 이혼 소송 2차전이 끝났는데,
판결이 어머니께 불리하게 나와서 상당히 짜증이 나는군요.
말이 불리한 판결이지 내용을 곱씹을수록 그냥 엿 먹으라는 것 같아서 매우 기분이 나쁩니다.
어머니께 왜 이런 판결이 나오게 된 건지 물어보니, 변호사와 재판 시작부터 갈등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어머니는 소송구조인가 뭔가 하는 곳에서 변호사를 지원받았다는데,
국가에서 변호사 측에 전달한 지원금이 정식 계약금보다는 터무니없이 낮아서 변호사 측에서 퉁명스럽게 굴었다는군요.
변호사 측에서는 '이 소송은 네 책임이고 이미 진 재판이니 포기하라'고 매번 만날때마다 녹음기처럼 그 말만 했다는데 말입니다.
증거고 자료조사고 뭐고 다 어머니가 하고 변호사 측에서는 조정기간 동안에 이 재판 졌다고 말한 것 외에 한 게 없다는군요.
물론 어머니 입장에서야 상황이 엿 같으니 변호사를 욕할 수밖에 없겠지만 말입니다.
판결 보니 명목상으로는 어머니 승소입니다. 분명히 이 이혼에서 책임이 아버지에게 있다고 명시되어 있네요.
이미 진 재판은 얼어죽을(…)
4. 그래서 어머니는 대법원까지 가기 위해 변호사에게 물었다는군요.
“상고장 쓰는 데 비용이 얼마나 하나요?”
그러자 변호사 왈.
“예? 상고장이요? ...상고장 쓰는 데 얼마나 드는지 까먹었어요. 다음에 알려드릴게요.”
그거 분명히 그 변호사 사무소에 도표로 정리해놨을텐데 대답을 저런 식으로 하니(…)